서예는 동양예술의 기본이자 정수이다
계묘년 12월, 국제서예가협회 회원 여러분들과 제12회 정기전을 함께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머지않아 새해 갑진년을 맞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영국의 시인이며 예술비평가인 허버트 리드(Herbert Read:1963~1968)는 그의 저서 『예술의 이해』에서 동양예술의 정수로서의 서예를 말하기를,
오직 한 자루의 붓과 한 가지 색의 사용법에 대한 지식이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 붓이 대단히 섬세하게 사용되고 물감은 극도로 정묘하게 사용되어야 하므로, 실로 여러 해 동안 매우 힘든 훈련을 거쳐야만 비로소 예술품에 접근한 작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 회화는 서예의 연장이라는 점과 그 미의 특질이 아름답게 쓰여진 서체에 모두 갖추어져 있다라고 하며 윌리엄 워즈워스의 다음 시를 인용하여 동양예술의 정신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둥근 대양(大洋)이며, 살아 있는 대기(大氣)이며,푸른 하늘, 그리고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감동과 정신, 그것은
생각하는 모든 것과, 모든 사상의 대상을 재촉하며,모든 것을 거쳐 흐른다.
감동과 정신, 그것은
생각하는 모든 것과, 모든 사상의 대상을 재촉하며,모든 것을 거쳐 흐른다.
서예에 일가견이 있는 우리 서예가들에게 굳이 영국의 예술비평가의 말을 통해 서예의 가치와 동양예술의 정신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예술에 대한 심미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문화가 다르더라도 이와 같이 서예의 미를 통해 동양예술의 정신과 묘경을 느낄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오늘날 우리 사회가 오히려 서예나 동양 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낮다는 아쉬움에서 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국제서예가협회 회원들은 오랜 세월 서예를 연마하며 누구보다도 서예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 묘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에 현실적 아쉬움 속에서도 서예가로서 자긍심을 갖고 더욱더 자신을 다지며 정순精純하고 전일專一하게 서예의 근원적인 묘에 천착穿鑿·정진精進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 과정들은 지난至難할지라도, 마치 추운 겨울 얼어붙은 땅 속에서 밝은 기운이 움터 새봄을 타고 여름의 무성한 신록이 펼쳐지듯 모두가 바라는 바의 독자적 경지에 이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서예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이고 가치며 그 묘리妙理일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도 이와 같은 서예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묘리를 담아 개성 넘치는 작품을 발표한 모든 회원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 갑진년 새해 더욱 복되고 작가로서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며, 관람하시는 모든 분들께도 또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2023년 12월
국제서예가협회 회장
정 도 준